설문을 진행하다 보면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응답자의 성별을 묻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상형 매칭 서비스라면서 성별을 안 물어본다고?? ㅇ_ㅇ"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사실 이 선택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과정에서 어떤 고민과 결정이 있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흔히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베스트셀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같은 책에서도 남녀가 서로를 바라보는 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죠.
이런 사고방식은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절대적인 진리처럼 여겨집니다.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남녀 각각의 기준에 맞는 두 개의 설문 세트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나 만들기도 어려운데 두 개를 만들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한 성별만 타겟으로 해보아야 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하면 비교를 위해 상대 성별의 설문도 필요할 텐데, 이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결국 양쪽을 모두 만들어야 하지만, 작업량이 너무 많아진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여자가 바라보는 여자, 남자가 바라보는 남자는 어떨까요?
즉,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이라면 한 가지 설문만 만들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물론 여기도 몇 가지 어려움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동성애자는 소수자라서 의견을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성애자라고 해도 한쪽 성별의 지인이 많지 않아 같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결국 한 세트라도 완성도있게 만들자는 목표로 우선 동성애자를 위한 설문부터 시작하기로 결정하게 됩니다.
이 방식은 원씽(The ONE Thing) 이라는 책에서도 강조하는 접근 방식이에요.
처음에는 작은 규모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죠.
페이스북도 처음에는 대학 캠퍼스에서만 서비스를 시작했듯이,
처음부터 너무 많은 걸 하려고 하면 오히려 제대로 실행하기 어려울 수도 있거든요.
또, 혹시나 서비스가 커졌을 때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걱정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작은 규모로 제대로 만들고, 이후 확장하는 방향을 선택했어요.
처음엔 저도 성별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설문을 구성하면서 느낀 점은,
성별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소들이 많다는 것이었어요.
기껏해야 헤어스타일 정도의 차이였는데, 이것도 결국 남자는 짧은 머리, 여자는 긴 머리라는 고정관념(?)일 뿐이고
요즘은 남자가 장발, 여자가 숏컷인 경우도 흔하니까요.
또, 흔히 남자는 여자의 외모를, 여자는 남자의 자산 규모를 더 본다는 말이 있지만,
이 역시 각자가 원하는 조건을 직접 선택하면 되는 문제입니다.
결국 성별보다는 개인의 이상형 기준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굳이 성별을 물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어차피 사용자가 원하는 조건을 선택할 수 있게 하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본인의 성별과 원하는 상대방의 성별을 묻는 질문을 추가할 수도 있지만
이 부분은 추후 사용자 니즈가 있다면 추가하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어요.
첫 만남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요소라서 설문에서 꼭 필요하지 않다고 보았죠.
그래서, 이 설문에서는 성별을 묻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이해가 간다"라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고, 반대로 "그래도 성별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경우든, 제가 내린 결론이 절대적인 정답은 아닙니다. 이런 고민을 거치면서 기존의 방식이 정말 최선인지 되묻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설문이 아직 완벽한 형태는 아니지만, 실제 사용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계속 보완해나갈 계획입니다. 혹시 다른 의견이나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의견 보내기 또는 메일을 통해 자유롭게 공유해 주세요.